집에 곰팡이가 생기는 것은 특수한 상황은 절대 아니다. 우리집도 예외는 아니다. 예전에 반지하에 산 적이 있는데 정말 그 때는 그냥 곰팡이가 당연하게 여겨졌다. 지상으로 이사를 오면서 이제는 곰팡이는 영원히 안녕이라고 생각했으나, 아주 큰 오산이었다. 벽쪽에 짐을 담아둔 플라스틱 박스를 쌓아놨는데 나중에 보니 그 부분에 곰팡이가 많이 생겼다. 내가 살고 있는 건물이 오래되기도 했고 단열이 잘 되지 않아서 그런지 겨울에 온도차로 인해 물이 맺히기도 했었고, 습한 여름에 환기를 자주 못시킨 탓도 있을 것이다.
바쁜 생활과 반지하 시절에 너무나 익숙해져서 그런지 나는 곰팡이가 생겼다는 것을 알고도 적극적으로 제거하려고 시도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출근 준비를 하다가 곰팡이가 생긴 벽쪽에 있는 작은 까만 알갱이들이 눈에 띄었다. 처음엔 그냥 먼지가 뭉쳐져서 생긴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뭔가 이상한 것이다. 움직이는 것 같은데...? 아무리 부정해도 그것은 벌레 형상이었다. 벌레를 아주 싫어하는 나로써는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출근하면서 벌레에 대해서 찾아보니 '먼지다듬이'인 것 같았다.흔히 책벌레라고 불리는 애들이 얘네들이라는데 내가 예전에 보던 작고 하얗고 빠른 책벌레랑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책벌레는 책을 갉아먹고 사는 벌레들을 총칭하다보니 내가 본 것만이 책벌레는 아닐 것이다. 조금 더 알아보니 이 아이들은 곰팡이를 매우 좋아한다고 한다. 인간에게 직접적인 해는 가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나는 그냥 벌레가 싫다! 미안하지만 이 아이들을 하늘로 보내줘야겠다.
우선 곰팡이 제거가 급선무였다. 곰팡이를 먹고 살기 때문에 곰팡이를 없애는 것만으로도 주 서식지를 파괴하는 것이다. 바로 곰팡이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는 아스토니쉬를 구매했다. 나는 네이버에서 12,800원에 1개를 구매했다. 종류도 여러가지인 것 같은데 나는 그냥 기본인 것 같은 연두색을 구매했다. 곰팡이가 생긴 벽쪽에는 플라스틱 박스도 있지만 원목으로 된 서랍도 있었다. 그래서 원목에서도 사용 가능하다는 것으로 골랐다.
전투 준비를 시작한다. 목장갑을 끼고 휴지와 물티슈를 준비했다. 버릴 수 있는 걸레 같은 것이 있으면 좋았겠지만 우리집에 그런게 없어서 그냥 저것들로 만족했다. 원목 서랍이 가장 구석에 있었기 때문에 이걸 옮겼을 때 무엇이 나올까 너무 걱정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서랍을 빼자...
집이 불에 탔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도 엄청 큰 거미나 바퀴벌레 같은 것들이 안나와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우선 먼지다듬이들은 이 곰팡이 위에 있으니 곰팡이를 제거하면서 벌레들도 제거 될 것이다. 그리고 원목 서랍에 곰팡이가 엄청 많을 걸로 예상했는데 의외로 서랍에는 곰팡이가 많지 않았고 벽에만 까맣게 퍼져있었다.
아스토니쉬를 뿌리는데 처음엔 좀 당황했다. 나는 그냥 물처럼 분사되는 줄 알았는데 약간 콧물 같은 제형이었다. 그래서 멀리서 뿌릴 수 없고 살짝 가까이 가서 뿌려야 한다. 우선 제일 약한 곳 부터 잘 지워지는지 실험해보았다. 아무래도 벽지가 종이 재질이다보니 아주 깨끗하게는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도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는 많이 깨끗하게 지워졌다.
두세번 반복해서 닦으니 종이라서 벽지가 구멍이 나기 시작했다.. ㅋㅋㅋ 어차피 더 해봤자 벽지가 아주 깨끗하게 되지는 않을테니 이 쯤에서 만족하고 가구 재배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봤다. 곰팡이가 생기는 곳이 딱 건물 외부의 모서리 위치라서 해당 벽쪽에는 가구를 배치하지 않기로 했다. 원목 서랍을 다른 곳으로 옮겼지만, 플라스틱 상자들은 옮길 곳이 없어서 벽에서 2~3cm 떨어뜨려 놓았다. 이러면 적어도 공기 순환은 돼서 곰팡이가 심하게 번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2달 가량이 지났다.
모서리에는 물건을 높이 쌓지 않게 유지하고 하루에 30분은 환기를 꼭 시켜준다. 벽지가 아주 깨끗하진 않지만 전보다는 훨씬 낫고 이후로 먼지다듬이는 보이지 않았다. 올해 여름을 또 겪어봐야 알겠지만 제습기를 마련할 생각이다. 듣기로는 LG 제습기가 좋다고 하는데 할인 행사를 하면 질러봐야겠다.
곰팡이는 역시 끊임없이 관리해야 하는 부분이다. 건조하게 유지해야 곰팡이가 안생긴다지만 또 사람은 너무 건조해도 안되기 때문에 정말 적당한 습도를 유지하는 것은 힘든 부분이 있다. 그래도 무엇보다 환기를 시키는게 제일 돈 들이지 않고 곰팡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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